“무예는 제 삶이죠.”
너무 어리석은 질문이었을까. 무예가 뭐냐고 묻자 최형국 무예24기보존회 교련관(무예24기연구소장)은 거침없이 말했다.
“무예란 꾸미지 않은 가장 사람다운 모습이 들어 있는 행위예술입니다. 세상을 사는 것 자체가 내 몸을 비우게 하는 데, 무예는 자기 몸을 채울 수 있게 공을 쌓는 일입니다. 내공을 쌓는 다고 하죠.”
▲ 최형국 무예24기보존회 교련관. 그는 무예24기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그는 “무예 수련은 고통스럽고 지겨운 것이지만, 대신 그걸 견디면 세상 어느 누구도 맛볼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수원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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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에 덥수룩한 수염. 날카로우면서도 맑은 눈매. 야무진 몸가짐.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다. 도를 닦거나 ‘무예 하는 사람’ 답다.
그렇다고 무예만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벌써 책을 2권이나 펴냈다. 올해 4월 나온 <조선무사>(인물과사상사)와 2007년에 펴낸 <친절한 조선사>(미루나무)가 그것이다.
무예 수련하고 제자들 가르치기에도 시간이 빠듯할 텐데, 언제 글을 썼을까.
“무예 수련을 하면 무기를 쓰기 때문에 마음이 격해집니다. 문무겸전(文武兼全)해야 온전한 인간이 됩니다. 머리를 채우고, 몸도 채워야 한다는 거죠. 어렵고 힘들지만 채워내야 하는 거예요. 새가 두 날개로 날고, 수레가 두 바퀴로 굴러가듯 문과 무는 두개가 아니거든요. 균형 잡힌 사람이 되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죠”
낮엔 무예수련, 밤엔 책 읽고, 글 쓰는 게 생활이란다. 역시 체력이 좋은가 보다. 그런데 그에게도 ‘허약한’ 시절이 있었단다.
▲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검술 시범을 보이고 있는 최형국 무예24기보존회 교련관. © 수원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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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쌍검 시범을 보이고 있는 최형국 무예24기보존회 교련관. ©수원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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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허리가 너무 아파서 무예 배웠다”
“고3때였는데 허리가 너무 아팠거든요.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며 그냥 물리치료만 받으라는 거예요. 치료받고 하루 지나면 또 아프고. 아무래도 스트레스성이었던 거 같아요. 그땐 정말 ‘이러다간 대학생활도 못 하겠구나’ 할 정도였죠. 그래서 ‘경당’에 가서 무예를 배웠습니다.”
‘경당’은 임동규 선생이 세운 민족도장으로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 때 편찬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普通志)>에 수록된 24가지 무예 수련기관이다. 고구려시대 교육기관인 ‘경당’과 이름이 같다.
‘허리가 아파서’ 시작한 무예의 매력에 그는 푹 빠졌다. 그는 “무예 수련은 고통스럽고 지겨운 것이지만, 대신 그걸 견디면 세상 어느 누구도 맛볼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잘 다스리고 이겨내기만 하면 수련은 결코 배신하지 않거든요. 1천번 칼을 휘두르면 그만큼 실력으로 돌아옵니다. 무예 수련은 정직합니다.”
대학에선 경영학을 배우면서도 수련을 계속됐다. 동아리까지 만들어 후배들을 가르쳤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데, 그보다 더 긴 세월인 16년을 무예와 함께 살았다. 꾸준히 수련했다. 그의 표현대로 절대 학창시절 잠깐 배운 식의 ‘장롱면허’가 아니다. ‘허리 아픈 건 어떻게 됐느냐?’고 묻는다면 정말 못난이다.
학과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학원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다. 문(文과) 무(武)가 만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실천했다. 석사 학위 논문 주제는 ‘수원 화성(華城)의 전통무예를 활용한 관광마케팅 전략’. 여기서 전통무예는 당연히 ‘무예24기’다.
▲ 병장기를 들고 하는 무예 시범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 수원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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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24기는 수원 화성에 숨 불어넣는 자산
“수원 화성이 유형의 자산이라면 거기에 숨을 불어넣는 무형의 자산이 바로 무예24기입니다. 화성은 아름다운 문화재이기도 하지만 기본은 전투시설이거든요. 그렇기에 정조 시대에 화성을 지켰던 무예가 가장 잘 어울리는 거죠.”
논문을 쓴 게 2002년이다. 그와 뜻이 맞은 몇몇 무예인이 수원에 터를 잡았다. 인맥도 별로 없고 돈도 없었다. 하지만 무예24기를 온전히 계승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은 확고했다. 무예인들의 노력과 열정에 수원시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7년이 지난 2009년 현재. ‘무예24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원의 대표 문화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불볕더위 속에도 20kg나 되는 갑옷과 병장기를 휘두르며 공연하는 무예인들. 그 흔한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전통무예를 지켜온 단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무예24기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된 건 단원들이 흘린 피와 눈물과 땀의 결과물입니다.”
요즈음 그는 마상 무예 수련에 열심이다. 말에서 떨어져 어깨를 심하게 다치기도 했지만 1주일에 3번씩 수련 중이다. 또 다섯 번이나 낙방한 뒤 들어간 사학과 박사학위 논문도 쓰고 있다. 주제는 ‘조선후기 기병과 마상무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말에 그는 웃으며 받아넘긴다.
“정조 시대를 알릴 수 있는 더 다양한 공연을 해보고 싶거든요. 논문도 절반 정도 썼는데 빨리 완성해야죠. 평범한 삶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무예24기 시범은 수원시민 뿐아니라 화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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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예24기보존회 홈페이지(http://www.muye24ki.or.kr/)와 최형국 소장이 운영하는 무예24기연구소 홈페이지(http://muye24ki.com/)에 가면 무예24기에 대한 다양한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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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수원시민의 신문 - “새가 두 날개로 날 듯 문무 겸비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