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대왕 시대(1796년)에 축조된 경기도 수원 화성(華城) 일대가 전통무예의 본산지로 새롭게 자리를 잡으며 한국판 소림사(少林寺)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용인시 기흥구 경기도박물관. 수원 화성 행궁(行宮·왕이 행차해 머물던 곳) 인근에 본거지를 둔 ‘사단법인 무예24기 보존회(http://muye24ki. or.kr)’가 올해 마지막 원정 시범에 나섰다.
16명으로 구성된 시범단이 힘찬 북소리에 맞춰 진검을 휘두르자 꼿꼿이 서 있던 굵은 대나무 줄기들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숨 죽이고 있던 관람객 200여명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 수원 화성이 전통무술 본산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무예24기 보존회 시범단의 화려한 전통 무예(오른쪽).김용국기자 you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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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단은 숨돌릴 겨를 없이 장창(긴창)과 월도(칼날이 달처럼 생긴 도) 등을 들고 나와 적의 급소를 찌르고 베는 시범을 보였고, 공중제비돌기 및 화려한 낙법까지 펼치자 관람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올해를 마감하는 시범이었습니다. 올 한 해도 동분서주하며 전통무예 알리기에 힘을 썼으니, 겨울 중에는 본거지인 수원 화성에 칩거하며 수련을 쌓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무예24기 보존회 김영호(42) 사무총장의 설명처럼 중국 무술의 본산지가 허난성(河南省) 소림사라고 하면, 한국 전통 무술인 무예 24기의 본산은 수원 화성인 셈이다.
총 연장 5.7㎞의 수원 화성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고 외부 침입에 대비해 지은 성이다. 당시 왕을 호위하고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예부대 ‘장용영(壯勇營)’ 무사들이 무예교과서 ‘무예도보통지’를 토대로 ‘무예24기’를 연마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예24기가 대대로 화성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은 아니다. 정조시대 절정기에서 차츰 쇠락의 길을 걷던 무예24기는 10여년 전까지 지방 도시 몇 곳에서 근근이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5년 전 수원에 ‘무예24기 보존회’가 생기며 ‘제2의 화성시대’를 맞았다.
수원시와 지역 원로 인사들의 후원으로 장창과 쌍검술, 마상무예, 권법, 궁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조선시대 야간 종합군사훈련 ‘야조(夜操)’ 등 생소하면서도 화려한 전통무예가 주민들에게 알려지며 무예24기라는 단어도 차츰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보존회에 소속된 사범과 시범단원은 총 16명. 이들이 올 한 해 동안 화성 행궁에서 펼친 상설시범(혹한기는 시범 없음) 횟수 만도 224회에 이른다.
또 주민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성곽 주변 동네에 각 문파(門派)를 만들어 연무대문(門), 만석공원문, 장안공원문, 효원공원문, 88공원문 등 문파별로 새벽 강습을 운영하고 있다.
100여명의 정회원들은 월 3만원씩을 내고 맹 수련을 하고 있지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나가 무료로 구경하고 수련에 참여해 볼 수도 있다. 무예24기는 부드럽고도 힘찬 동작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훈련 등으로 스트레칭 및 호흡단련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학교에서 체육시간과 특별활동 시간을 통해 무예24기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까지 합치면 수원시내 무예24기 인구는 줄잡아 1000여명.
특히 보존회는 휴가철 직장인과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여름·겨울 무예학교를 운영하고 한 달 단위로 정기 무예교실 과정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도 새해 1월 8일부터 5박6일간 화성시 서신면 ‘쟁이골’에서 방학을 맞은 초·중·고생들을 위한 겨울무예학교를 개설할 예정이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수원 화성을 근거로 발전한 우리 전통 무예가 이제나마 화성 복원과 더불어 제자리를 찾게 됐다”며 “화성과 무예24기는 과학과 국력을 중시했던 정조대왕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테마”라고 말했다.
푸른깨비는
[조선일보]수원 華城은 '한국판 少林寺' -무예2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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