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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태권도에 담긴 인문학적 발상이 개도국에 ‘빵’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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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5:53:19, 306회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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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 1 : http://webzine.koica.go.kr/201709/content3.php?code=201709_010312


[KOICA 칼럼]

“태권도에 담긴 인문학적 발상이 개도국에 ‘빵’을 넘어 ‘미래’ 그려줄 것”


글 : 최형국(무예인문학자‧중앙대학교 강사)

무예란 단순히 ‘전투기술’로만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 인문학적인 몸 문화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 특히 무예는 인간의 생존본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인문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태권도를 통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모든 문제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생존의 철학’인 셈이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물고기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 큰 성인이라도 거친 자연환경과 수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거기에 아직 성장하지 못한 아이라면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세상은 무섭다. 만약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세상 속으로 단 한 걸음 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생 그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다 먹여줄 수만은 없다. 시간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기에 강했던 부모도 언젠가는 아이보다 더 연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 과정에도 단순히 물고기를 잡아 입에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줌으로써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주는 것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지혜로운 선물인 것이다. 그것이 삶의 ‘노하우(Knowhow)’다.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넘어서, 도대체 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부모와 함께 풀어간다면 스스로 사고하고 실행하는 지성을 바탕으로 한 독립체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노와이(Knowwhy)’다.

-‘Knowhow’를 넘어 ‘Knowwhy’를 제시해야 할 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너무나도 많은 방법론이 있고, 그 방법을 누군가를 통해 체득하는 것도 일정 부분 가능하다. 그러나 그 방법론은 기계적으로 숙달되고 고착화되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신과의 질문을 통해서 변화의 모습을 찾아가지 못하면 이 또한 언젠가는 도태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지원 방식도 점점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단순 생필품을 비롯한 물자 무상원조부터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개도국들을 인류공동체의 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한국전쟁을 거치고 극도로 피폐해진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주변국들의 원조를 받아들여 상당한 도움을 받아 경제성장의 밑불을 붙였다. 그렇게 ‘풍요로운 경제’가 되살아나고 국민들의 삶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이제는 ‘풍요로운 문화’를 갈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때는 대한민국도 원조를 받는 국가였지만 이제는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개도국에 다양한 원조를 지원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그 지원의 규모도 세계 경제력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위상만큼이나 커지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중 KOICA(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를 비롯한 여러 국제협력단체에서 태권도 보급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해외봉사와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개도국에 태권도를 비롯한 문화적 지원이 무슨 실질적인 도움이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배고픈 아이에게 빵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지, 문화적 지원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일차원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의문이다. 굶주린 아이가 빵 한 조각을 먹으면 지금 당장의 배고픔은 벗어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기아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빵을 먹을 수 있도록 빵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제빵 기계를 설치해서 그 주변지역의 아이들도 함께 빵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빵을 함께 나눠 먹는 의미를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빵을 먹는 1차적 행위보다 더 고차원적인, 현실과 미래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답 찾기를 가능하게 한다면 더 이상 후세의 아이들이 배를 곪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존의 철학’이 담긴 무예의 정수, 태권도
현재 개도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태권도 전파는 이런 문화적 지원책에 해당한다. 단순히 무예가 전투기술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인문학적인 몸 문화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무예는 문화의 산물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습은 점차 변형되면서 당대 ‘신체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무예 안에도 인문학이 담겨 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人)과 그 사람들이 만든 문화(文)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것 안에 반드시 바탕이 되는 것이 ‘인간’ 그 자체다. 그중 무예는 인간의 생존본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어쩌면 인문학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그중 태권도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국에서 탄생한 최고의 무예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한국의 대표 무예요,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무예다. 태권도가 이 땅의 유구한 역사와 몸 문화가 담긴 최고의 걸작품이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자 진실이다. 단순히 적을 살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몸을 맞대고 호흡하며 겨루는 스포츠적 가치의 구현을 통해 태권도는 더욱 대중들과 친숙해졌다. 힘든 하루 일과 속에서도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놀이로도 펼쳐진 수박이나 택견과 같은 맨손 무예들의 기풍과 신체적 흐름이 태권도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태권도는 단순한 전투기술을 넘어, 신체를 통한 인문학 펼침의 장인 것이다.

그런 태권도에 담긴 인문학적 발상을 통해 개도국의 아이들이 새로운 생존의 철학을 고민하고 미래를 설계한다면 단순한 ‘빵’을 넘어서는 ‘미래’를 그려주는 일이 될 것이다. 단순히 태권도의 몇 자세를 가르치고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그 안에 담긴 불굴의 태권도 정신을 함께 키워 나간다면 그들 안에서 또 다른 인문학적 상상하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지도에서 ‘문화’ 전하기에 힘써야
인간이 걸었던 그 길은 곧 역사의 길이자 생존의 길이었다. 인간이 엄혹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고닦았던 무예는 어찌 보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개개인을 넘어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면서 무예는 비로소 공동체의 에너지를 집결해 군사력으로 발전하거나 다양한 축제의 현장에서 유희의 수단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늘 쉼 없이 변화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아닌 오로지 내 몸으로 육화된 그것은 역사 이래로 ‘몸’ 안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바로 인간의 몸을 통해 완성된 무예가 인간됨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태권도를 통해 개도국에 전달할 수 있는 본질적인 ‘문화의 힘’이자, 태권도를 통한 ‘인문학적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단순히 태권도 기술 지도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도자의 파견을 통해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개도국 태권도 문화 만들기가 가능해져야 할 것이다. 거기에 문화·관광과 태권도가 연계되는 융합콘텐츠적 관점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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