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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뻥~ 소리와 함께 추억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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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4 15:15:47, 757회 읽음)

 파일 1 : 184216982058a22c55d5405_gd800.jpg (171.4 KB, 1회 전송됨)


[사진] 뻥튀기 기계는 쉼 없이 돌고 돈다. 단 한 번의 뻥~ 소리와 함께 눈처럼 하얀 꿈을 터뜨린다. 우리네 삶도 그렇게 돌고 돌아 제자리다. 그 안에 한번 즈음 뻥~ 소리처럼 제 꿈을 펼칠날을 기대해 본다.

[칼럼] ‘뻥~ 소리와 함께 추억이 되살아난다’

                                                            글 :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

찬바람이 불면 마음은 늘 뜨끈뜨끈 한 아랫목을 향한다. 어릴 적 장작불로 아궁이를 가득채운 열기는 겨울 삭풍도 멀리 날려 보내곤 했다. 그때 즈음 가장 즐겨 먹던 간식거리가 있었으니, 대한민국 전통의 과자 뻥튀기다. 
작은 쌀알이나 강냉이부터 덩어리가 큰 가래떡까지 뻥하는 소리와 함께 크기가 몇 배가 되어 가난한 이들의 뱃속을 기분이나마 풍족하게 채울 수 있게 해준 소중하고도 고마운 간식거리가 그것이었다. 요즘은 물을 끓여 먹으려고 무말랭이나 둥글래, 돼지감자도 뻥튀기 기계로 굽는다고 하니 세월 따라 뻥튀기도 다양한 내용물을 먹어 돌리는 세월이다.
 
수원 남문에서 가장 오랜 된 뻥튀기 가게는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고 있다. 말 그대로 견디는 것이다. 묵묵히 걸어오는 우리네 삶처럼. 뻥튀기를 만드는 기계도 30년 동안 엄청난 압력을 견디며 날마다 달마다 뜨거운 열기를 아랫배에 품고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고 있으니 참을 ‘인(忍)’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험하고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忍)’이라는 글자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쉽게 알수 있다. 마음 ‘심(心)’위에 칼 ‘도(刀)’를 올려 놓았으니 내 마음에 칼을 심는 행위가 참는 것이다. 그래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다’라는 표현이 나왔을 것이다.

아무튼, 수원 남문의 뻥튀기는 지동 쪽에 하나가 있고, 남문시장 안쪽에 또 하나의 가게가 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그 중 지동 쪽의 뻥튀기 가게로 아버지와 아들이 사이좋게 운영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그런데 다가가 뭔가를 물으니 찬바람만 휑하니 불정도로 차갑다. 장터의 인심은 그렇지 않은데, 세월에 깎이고 깎여 그렇게 변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 한명이 큰 검은색 비닐 봉투를 가지고 와 뻥튀기 사장님께 내민다. 내용물이 뭔지 물어 보지도 않고, 그냥 쭈그려 앉아 주섬주섬 비닐 봉투를 열고 그 안에 담긴 가래떡 쪼가리 하나를 꺼낸다. 그리곤 입에 지그시 물곤 한마디 던진다.
“이건 너무 안 말랐어. 이렇게 안 마르면 튀겨지지도 않고 딱딱해져서 못 먹어. 다시 가져가!”
물건을 가져온 손님은 대략 난감하여 뭐라 제대로 말도 못하고 비닐 봉투를 대충 옭아매고는 휭하니 자리를 떠난다. 더 찬바람만 가게를 채운다.

“저 혹시 밤도 튀겨 주시나요?”
어젯밤 필자의 열살 딸아이가 느닷없이 “아빠 나 밤 먹고 싶어”라고 말을 던진 것이 갑자기 생각나서 내친김에 밤 한 되 사가 삶아 주려 했는데, 가만 보고 있으니 밤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질문이 있자마자, 그 씨크한 사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밤도 되요. 여기서 밤도 파니 여기서 사서 튀겨도 되요”
조심스레 되묻는다.
“그럼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뻥튀기 기계는 한번 돌리면 무조건 5천원이고, 밤은 한 되에 4천원. 얼마나 튀길라구요”
잠시 우리 집 식구들의 입을 계산한다. 나, 집사람, 열살 딸 그리고 5개월 된 아들...
3명만 먹으면 된다. 뻥튀기 사장님께 자신 있게
“두 되만 튀겨주세요”
“그럼, 만 삼천 원”
주섬주섬 호주머니를 뒤져 지폐 몇 장을 꺼내 사장님께 내민다.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고 나서, 이내 사장님은 아들을 불러내어 어디선가 밤자루 한 개를 꺼내 온다. 올해 수확한 햇밤이 탱글탱글 빛깔이 곱다. 그리곤 아무말 없이 쪼그리고 앉는다. 그 맞은 편에는 아들이 함께 쪼그리고 앉는다. 뭘 하나 하고 고개를 빼꼼 비틀어 쳐다 보니, 열심히 밤 아래쪽에 칼집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밤은 칼집을 안내면 뻥하고 터져 내용물이 모두 쏟아지기에 반드시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야만 한다. 

어릴 적 장작불이 모두 타고 나면 잔불에 알밤을 구워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반드시 이로 알밤의 한 부분 껍질을 떼어 내야만 불상사가 없었던 기억이 불시에 지나갔다. 만약 통째로 알밤을 올려놓으면 잘 구워지다가 그 자체로 뻥!하고 터져 내용물이 몽땅 사방으로 튀어나가거나 밑불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 엄마한테 엄청 혼났던 기억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 당시 어른들 말로 “알밤을 그냥 넣으면, 눈깔 빠진단다” 헛 웃음처럼 그 말이 입에 맴돌았다. 

정확히 15분 후 뻥튀기 기계 앞에 다가서서는 조심스레 압력을 낮춘다. 이것도 역시 뻥하는 소리와 함께 여는 것이 아니라 조심히 압력을 낮춰 알밤이 손상되지 않도록 꺼낸다. 그리곤 양파자루에 뜨거운 밤을 넣어 아무 말 없이 담아 주신다. 

그 중 가장 때깔고운 놈으로 하나 골라 호호 불어 가며 반으로 쪼개 맛을 본다. 딱 삶은 밤과 구운밤의 사이 정도의 맛이다.
“고맙습니다”
라는 짧은 인사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시장통을 빠져 나온다. 나가는 길에도 몇 명의 손님이 한보따리씩 뭔가를 들고 뻥튀기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이 가져온 곡물뿐만 아니라, 그들의 꿈도 뻥튀기 기계로 돌리는 것처럼 뻥하고 커져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잠시 하고, 이내 자전거 패달을 밟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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