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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수원 화성과 ‘전통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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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5:58:51, 361회 읽음)

[칼럼] 수원 화성과 ‘전통의 맛’

                                              글 :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

전통의 맛은 있는 그대로 본연의 참맛이다. 거기에는 깊은 세월의 맛과 담백한 사람의 맛이 스며있다. 억지로 화장을 통해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우며,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정갈한 맛이 나며 향기롭다. 그 전통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그 문화에 대한 은근한 공부와 진지한 기다림을 통한 성찰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과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저 한두 번 맛보고 그 긴 세월의 맛을 알 수도 없으며, 그저 서너 번 보았다고 그 오랜 몸짓의 느낌을 이해할 수 도 없다. 전통은 고목이다. 오랜 세월 두터운 껍질로 무장하고 좌우로 풍성하게 가지를 뻗은 아름드리 고목의 뿌리내림처럼 전통에 대한 이해는 천천히 우리 몸속 이곳저곳에 뿌리 내려야 가능하다.

만약 누군가 억지로 그 모습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역사왜곡 행위가 될 것이다.  단순히 대중이 좋아한다고 혹은 한번하고 아니면 되돌아간다는 생각도 무모한 것이다. 한번 상처 입은 문화유산은 결코 원형 그대로 복구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도 쉼없이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화성성역화 사업 역시 철저한 고증과 오랜 기다림을 통해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수원 화성이 단조롭다 하여 일본성의 특징인 하늘을 찌를 듯 한 천수각을 장안문 누각 위에 설치하거나, 중국성의 특징인 넓은 해자와 높은 벽돌로 화성의 주변을 채운다면 그것은 이미 ‘화성’이 아니게 된다. 수원 화성은 있는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우며 우리가 소중히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 줄 문화유산인 것이다. 수원 화성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비단 유형의 문화유산 뿐만이 아니다. 무형의 문화유산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전통의 담백한 몸짓 대신 수많은 조명과 현란한 몸짓으로 소위 ‘창조문화’나 ‘문화융합’을 말하며 대중이 좋아 한다는 미명하게 원형의 몸짓을 부숴버리는 행위 역시 극히 조심해야 한다. 시청각적으로 화려하고 현란하다고 하여 그것이 마치 대중의 입맛에 맞는다고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반대로 전통의 몸짓이 비록 단순해 보이고 재미없어 보일지라도 그것의 가치와 맛을 알려 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문화전달자의 역할이다.

화려하게 이것저것 범벅된 문화콘텐츠는 ‘설탕’이다. 설탕의 달콤함은 먹는 순간 입안을 즐겁게 하지만, 과도한 설탕은 결국 충치를 초래하고 자연의 단맛에 대한 거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번 설탕에 맛들인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면 충치로 모든 이가 썩을 때까지 단맛에 취할 것이다. 종국에는 어마어마한 치과치료 비용을 들여야 하며 그보다 더한 육체적 고통도 뒤따를 것이다. 그 설탕 대신 자연이 만들어 준 식재료 본연의 달콤한 맛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좋은 양육자가 되는 방법이다.

[사진] 수원 화성과 ‘전통의 맛’
어찌 보면 단조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수원 화성에는 조선 성곽 건축의 백미들의 숨겨져 있다. 그 맛은 그리 달콤하지도 현란하지도 않지만, 은근한 끈기가 담긴 조선건축의 매력이 수원 화성에 숨어 있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만큼 깊은 애정과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의 몸과 몸을 통해 이어진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원형성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사람의 몸짓은 한번 변하면 그것을 되돌릴 방법이 전무하다. 그래서 무형문화의 전수활동에 관한 일은 더욱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것이다. 전통을 현대의 감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전통에 대한 철저한 공부와 올바른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그런 공부와 마음가짐을 통해 과거의 전통은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와 이어지고 미래를 펼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런 공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없이 그저 대중의 입맛대로 움직이면 한때 시장을 주름잡았던 약장수의 차력쇼처럼 종국에는 쇼타임에 진행하는 얄팍한 상술을 가세한 의미 없는 몸짓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유무형의 전통은 그 존재 자체로 우리가 향유하고 미래 세대에게 건네야할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잘 보존된 전통문화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가치와 생명력이 유효하다. 문화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고, 느끼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수원을 품어 준 화성을 바라보며 다시금 전통의 맛과 중요성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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