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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무예 인문학의 도시 ‘수원’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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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 20:22:50, 206회 읽음)

 파일 1 : I00000494613.JPG (5.07 MB, 0회 전송됨)

 링크 1 : http://news.suwon.go.kr/main/section/view?idx=1045215



[사진] 이번 6월 6일 현충일에 진행된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의 마상무예 특별시범공연의 모습이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나라사랑의 마음을 무예를 통해 펼쳐 보였다. 그런 현장에서의 공부가 진정 피부에 와 닿는 인문학 공부의 기본인 것이다.


[칼럼] 무예 인문학의 도시 ‘수원’을 꿈꾸며

                                       글 :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

현재 수원은 ‘성곽’의 도시에서 ‘인문학’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정조의 명으로 건설한 조선 최고의 성곽인 화성(華城)에 이제는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채우려고 한다. 거리 곳곳에는 북카페와 작은 도서관이 즐비하고 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공공 도서관의 숫자만 해도 20여 곳이 넘는다. 그 도서관에서는 지금도 ‘무슨 무슨 인문학’이라고 명명한 수많은 강좌들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심지어 버스 정류장마다 아름다운 시를 비롯한 삶을 어루만져주는 문학적 소재들이 조용히 반겨주기까지 하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人)과 그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文)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사람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람다움을 연구하는 것 안에는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배려하는 ‘사람을 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바로 인문학은 사람을 향해서 다가가는 학문, 즉 사람을 위하는 학문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인문학은 너무나 어렵다. 요즘 하루에 한번 즈음 언론매체를 통해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현실의 인문학 공부는 고담준론으로 무장하고 위대한 사상가의 ‘말씀’이나 저명한 문학가의 고귀한 ‘이야기’을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솔직히 너무나 박제화되어 버렸다. 마치 오직 식자들의 전유물처럼 고매한 정신세계를 논하며 인문학은 현실의 사람들과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저기 인문학의 열풍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강좌들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저편에 깔릴 수 있는 삶을 체화하는 인문학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수원만의 인문학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무예 인문학'이라는 교양서를 출판했다. 무예와 인문학이라는 관계가 다소 이질적이기에 낯설기도 하지만 무예 안에 담긴 ‘몸의 인문학’을 말하기 위해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무예는 내 몸 안에 깃든 작은 우주를 조심스럽게 살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무예를 수련하는 과정 속에서 저 깊숙이 잠들어 있는 원시의 '나'와 고도의 지성으로 무장한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무예를 ‘지성과 야성을 지키는 인간 최고의, 최후의 몸 문화’라 설명하곤 한다. 그 무예에 인문학이라는 꼬리말을 붙인 이유는 무예 수련을 통해서 단순히 문자화된 인문학을 넘어 내 삶속 깊숙이 웅거하고 있던 삶의 철학으로서의 인문학을 온 몸으로 깨우치는 것이 진정으로 인문학의 가치를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릿공부만으로 인문학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몸 공부를 통해 인문학의 본질을 직접 땀 흘리며 체험하라는 것이다.

정조는 수원 화성을 완공한 후 만천하에 이렇게 말하였다.
“수원 화성이 완성되었으므로 지금 제일 급한 것은 ‘집집마다 부유하게 하고 사람마다 화락하게 하는 것[戶戶富實 人人和樂]’의 여덟 글자이다.”
이 말의 의미는 수원 화성이 단순한 군사적 용도인 성곽의 개념을 넘어 그 안과 밖에 살고 있는 ‘사람’이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제아무리 튼튼하고 강한 성곽을 쌓아도 그것을 지키는 군사들과 그 안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삶이 풍요롭지 않다면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정조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또한 국왕이 가진 권력의 힘으로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군사들과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화성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수원에 화성을 쌓은 정조의 마음을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것이 정조가 수원에 화성을 건설한 진정한 이유였다.

이런 이유로 ‘성곽의 도시 수원’에서 ‘인문학의 도시 수원’을 표방하는 현실에서 가장 어울리는 것은 화성을 지킨 군사들과 백성들이 익힌 무예를 통한 인문학 공부가 가장 잘 어울린다. 바로 수원만의 인문학을 ‘무예’를 통해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 화성을 지켰던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24기와 활쏘기를 비롯한 여러 무예들을 시민들이 직접 매일같이 아침운동처럼 수련하고 그것을 통해 몸으로, 생활로 풀어가는 새로운 인문학의 도시를 그려 본다. 만약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수원 화성은 무예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그동안 분리되었던 정신과 몸이 함께 자유로운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원 관광콘텐츠는 한 단계 진화 할 것이고, 수원의 미래 먹거리도 이를 통해 풀어 갈 수 있다. 오래된 미래가 숨 쉬는 무예 인문학의 도시, 수원을 꿈꾸고 설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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