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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화성 장안문을 부수고 히메지성의 천수각을 짓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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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7 14:03:46, 225회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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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 1 : http://news.suwon.go.kr/main/section/view?idx=1049682


[사진] ‘무예도보통지’ 서문의 마지막 구절
정조가 지은 ‘무예도보통지’ 서문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는 곧 억만년을 두고 닦아가야 할 분명한 가르침의 실질적 구현이 진실로 여기에 있으니 노력할지어다, 군사들이여!... 내가 즉위한지 14년째 되는 경술년 초여름에” 지금도 이 병서에는 정조가 생각한 무예에 대한 절박함 심정이 그대로 묻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반드시 올곧게 지켜내야만 한다.

[칼럼] 수원화성의 장안문을 부수고 히메지성의 천수각을 짓자면?

                              글 :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연출


만약 이 칼럼의 제목처럼 누군가 멋져 보인다는 이유로, “수원 화성의 장안문을 부수고, 일본 히메지성의 천수각을 짓자”, 아니면 “수원 화성 안에 경주 불국사도 짓고, 첨성대도 건설하자” 라고 말하면 그야말로 ‘무식한 X’, ‘미친 X’, 혹은 ‘지X하네’라는 구수한 육두문자가 쉴 새 없이 쏟아질 것이다. 갈수록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그것으로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개발하여 현실적인 수입을 높일 수 있기에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산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후세들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보물인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만약 누군가 권력의 힘으로 그렇게 실제로 수원 화성을 훼손한다면,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문화유산은 파괴되는 순간 그 오랜 세월 쌓아놓은 역사적 가치가 모조리 사라지게 되는 것이기에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화성을 지키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문화유산 중에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문화유산만이 전부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절반만 해당한다. 우리에게는 오랜 세월 우리의 몸속을 타고 흘러 내려온 무형의 문화유산도 존재한다. 탈춤, 판소리, 민요, 전통놀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형의 문화유산이 지금도 누군가의 몸속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무형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생계유지가 되지 않더라도 고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무예도 마찬가지다. 무예에는 오랜 세월 이 땅을 지켜 온 선조들의 호국정신과 나라사랑의 마음을 집약적으로 모아 놓은 전통문화유산이다. 대표적으로 택견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채택되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가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할 절대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수원 화성은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수천억 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투입해서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현재도 화성행궁 옆의 부속건물인 우화관을 복원하기 위하여 100년이 넘는 신풍초등학교를 흔적도 없이 부순 것도 실은 수원 화성의 원형성이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수원 화성을 지켰던 장용영 군사들이 익힌 ‘무예24기’의 문제다. 무예24기는 정조의 명으로 1790년 4월에 편찬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라는 병서에 실린 스물네 가지의 군사무예를 일컫는다. 지난 1970-80년대부터 시작된 전통문화 복원운동의 힘을 받아 1999년 수원에서 처음으로 무예24기의 공개시연이 펼쳐졌다. 아마도 그 이전까지는 수원 사람들조차도 ‘무예24기’를 몰랐을 것이다.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자축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지켰던 군사들이 익힌 무예는 관심의 대상 밖이었다. 무예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문화유산이기에 더욱 몰랐을 것이다.

이후 무예24기에 대한 수원시민들의 사랑을 밑거름 삼아, 2002년에는 수원 월드컵개막경기 개막공연을 장식하는 것부터 셀 수 없이 많은 공개 시범을 거쳐 드디어 2003년부터 화성행궁에서 ‘무예24기 상설시범’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수원시 향토유적 제21호로 지정되어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2015년 6월에는 ‘수원시립공연단’이라는 이름으로 무예24기 시범단이 시립화되기에 이르렀다. 필자의 경우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무예24기의 그 역사적 시간들을 함께 했기에 지금도 과거의 기억들이 눈앞에 선한다.

그런데 가끔씩 무예24기 시범공연을 보고 좀 더 새롭고 멋진 시범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연히 더 멋지고 활발한 무예24기 시범을 펼쳐 보이면 관람객들은 더 많은 호응을 보내줄 것이다. 무예24기에 아크로바틱한 춤도 넣고, 덤블링으로 수십 바퀴를 도는 체조도 넣고, 화려한 중국의 경극도 넣고, 비장미 넘치는 일본의 거합도도 넣고, 비각술을 능가하는 쇼태권도도 넣고 하면 그야말로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멋있는 공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거기에 찰리채플린이 했던 마임이나 우아한 발레 등이 더 해지면 동서양의 공연문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소위  ‘문화창조형 융합공연’이 만들어 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화성행궁 정문에서 시범하고 있는 ‘무예24기’의 본질과 원형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간다면 최종의 모습은 장터에서 호객몰이를 하는 차력쇼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양념이 과하면 주재료의 맛은 사라질 수도 있다. 만약 전국에 단 몇 개라도 무예24기 전수관이 있고, 수련생이 많다면 당연히 화려한 공연도 해볼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아주 단적인 예로, 무예24기 시범단원을 신규 모집할 때 무예24기를 배운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대부분 태권도나 합기도 등 여타의 무예를 수련한 사람을 뽑아서 시범단 내부에서 가르쳐 시범공연을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좋은 무예이고, 이렇게 역사적 의미성이 있는 무예24기지만 가르치고 배울 곳이 거의 없다. 그동안 화성행궁 여름무예교실이나 초.중.고등학교에서 진행해온 무예24기 수업도 정지된 지 오래다. 오직 몸에서 몸으로 교육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한 지금은 원형을 유지해 가는 것조차도 벅찬 것이 오늘의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더욱 시립 무예24기 전수관의 건설이 간절한 때가 지금인 것이다.

현재의 무예24기 시범단의 몸짓은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원형을 담보로 천천히 발전해 가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변화를 추구한다면, 그들의 몸짓까지도 원형을 벗어나 저 멀리 흘러버릴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오랜 세월 수원에서 무예24기를 지키고자 한 부족한 검객의 답답한 소리라고 치부해도 좋다. 그러나 예쁜 꽃을 오래 보고 싶다면 뿌리를 튼실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 그 꽃에 예쁜 물감으로 덧칠한다고 그 꽃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e수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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