晝耕夜讀...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
주경야독, 옛 선인들이 낮에는 힘들게 일하며 밤에 공부했던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요즘 나의 삶은 주경야독이 아닌 '晝劍夜讀'이다.
오전를 포함하여 오후 3시까지는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칼을 들고, 밤 9:30분이 넘어서 전수관 수련이 끝나면 비로소 책상 머리에 앉아 논문을 쓴다. 아니 전수관이 하도 추워 전기장판이 깔려 있는 침대에 올라 서너시간씩 책상다리를 하며 논문을 쓴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면 지난해 마상무예 훈련 중 어이없는 낙마로 작살난 어깨에 통증이 몰려온다. 오늘은 마상무예 훈련문제로 한 시간 정도 말을 타고 왔더니 골반까지 저린다.
주말은 커녕 일요일도 없다. 막걸리 한사발을 먹고 와서도 잠시 쉬었다가 이내 좀비처럼 살아나 키보드를 두드린다. 주변에는 수 십권의 책과 논문들이 내 머리 속을 보는 듯 흐트러져 있다.
야심한 밤...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전공이 전공인지라 한자다.
박사논문을 쓰는 이 순간 내가 왜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지 너무 힘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해석이 잘 되가던 한문 문장 한 줄에서 갑자기 숨이 막힌다.
옥편을 찾는다.
눈알이 빠질려고 한다.
예전에 편하게 쓰던 글 쓰기를 버리고 딱딱하고 건조한 논문을 쓴다. 점점 머리 속이 메말라 가는 것 같다. 몇 년전 석사논문을 쓸 때도 이렇게 외로웠는데, 집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장가를 가고 아이가 있어도 지금은 외롭다. 마음에 찬 바람이 휭 하고 분다.
벌써 삼십대 중반이라는 나이의 중압감(?)과 함께 검객으로 살아 온 내 절반의 인생 속에서 과연 박사논문은 무엇일까.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칼 쓰는 것 하나 만큼은 갈 길이 보이는데, 마상무예만큼은 갈 길이 보이는데, 논문은 아직도 안개속이다. 벅차다. 숨 막히도록...
잠시 딴생각을 하며 중얼 거린다. 그것이 인생인가부다.
그냥 좋아하는 칼 쓰고, 공부만 하면 안될까?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것이 아니라, 오늘 밤에도 충혈된 두 눈이 전수관 냉기에 스치운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또 야외수련장 식구들이 아침을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투덜투덜.
-2009. 2. 22 새벽 두시가 되가는 시간.... 최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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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깨비는
[생각] 晝耕夜讀 이라고 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