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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꽹과리에 막걸리 나눠 마시고

 이름 : 최형국

(2005-04-18 15:53:12, 6695회 읽음)

꽹과리에 막걸리 나눠 마시고
2005 탈패 신입생 환영회을 가다
텍스트만보기   최형국(bluekb) 기자   
▲ 탈패 신생환영회는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정다운 이야기하며, 후배들의 풍물굿 소리를 들으며 시작됩니다. 비록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지만 마음만은 훈훈합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지난 주말에는 대학 시절 동아리의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동아리는 시대의 부름 속에 자연스럽게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전통을 이야기했던 탈패 동아리입니다. 저 또한 94학번으로 졸업한 지 몇 해가 되었지만 해마다 동아리의 새 얼굴들을 만나러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대학 시절 목메이게 불러 봤던 민중가요 한 곡조, 타령 한 장단, 탈춤 한 사위가 자연스레 숨쉬고 있었습니다.

▲ 멀리서 오신 선배님들을 위해 재학생들은 열심히 술안주로 부침개를 굽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선배들과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제가 함께 했던 탈패는 80년 초 만들어져 오늘에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듯 수많은 탈패인들이 그곳에서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며 졸업했고 또 다시 멋진 후배들이 그곳을 채우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90년대 말부터 탈패의 신입생 숫자가 급속도로 줄더니 급기야는 동아리 존폐 위기라는 불안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몇몇 다른 학교의 탈패는 이미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서 더 이상 학생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일 것입니다. 탈패에서 마당극패로 그리고 마당극패에서 몸짓패로 쉼없이 자신을 변화 시키며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여러 대학동아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정성스레 준비한 고사상에는 돼지머리 대신 탈패의 상징인 탈바가지가 놓여 있습니다. 기운 억센 취발이 탈로 신입생들의 기를 돋우려 하나 봅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전반적인 대학 사회 흐름이 전통과는 무관하게 오직 취업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토플책과 고시책으로 무장하고 도서관을 향해 돌격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학에서 또 다른 낭만을 찾기에는 힘이 듭니다.

▲ 늘 그렇게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오고 갑니다. 졸업한 선배들과 후배들을 엮어 주는 끈은 아마도 걸쭉한 막걸리 잔에서 오고가는 정일 것입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대학에서 기초 학문인 인문학이 죽어가고 오직 취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학과들만이 집중적으로 육성되고 학생들마저 그 놀음에 함께 휩쓸리고 있습니다. 가족적인 분위기였던 대학의 학과는 수많은 부작용을 토해 내고 있는 학부제라는 명목으로 거대한 타인의 세계로 변질되었고, 급기야는 내가 무슨 학과 학생인지 그리고 내 선배가 누구인지조차 쉽사리 구별하지 못하게 대학은 거대한 공룡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 결혼한 선배님들은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 찾아오곤 합니다. 시간이 흘러 저 아이 또한 멋진 탈패인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합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대학이 진리 탐구를 위한 장이 아닌 예비 취업생들의 모임터가 되버린 지금 과연 누가 대학의 정체성을 무엇이라 규정할까요? 비록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학인 스스로가 더 이상 취업이라는 굴레에 너무 집착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젊기에 그러하기에 한 걸음 더 상쾌하게 내 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삶을 바라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대학을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그곳을 마치 직업 훈련을 위한 공간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 고사상에 밝혀진 촛불 하나 하나는 각 학번별 선배들의 작은 이야기와 함께 불이 밝혀집니다. 비록 작은 촛불이지만 모든 탈패인들의 마음이 타고 있기에 가슴속은 뜨겁습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오히려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쉼 없는 상상력을 통해 졸업할 때까지 삶의 밑그림을 그리는 공간으로 바라봐 주면 될 것입니다. 정부 또한 무한 경쟁 사회를 표방하며 끊임없이 대학과 대학인들을 몰아부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대학 공동체를 이해하고 그들이 당장 졸업해서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그들이 대학 생활을 통해 좀 더 민주적이며 당당한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줬으면 합니다.

▲ 신입생과 선배들이 정겹게 꽹과리에 막걸리를 나눠 먹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징에다 막걸리를 몇 통 부어 돌려 마셨으나 이제는 대학의 음주 문화로 인해 작은 꽹과리로 변했습니다. 그래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 얼큰하게 취한답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아무리 이렇게 이야기해도 취업 문제에 고민하다 보면 허튼 소리라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번 더 이런 마음을 이해해 줬으면 합니다. 대학이 진정으로 대학다워진다면 세상은 좀 더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 너른 운동장 한 쪽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구성지게 타령 한 장단을 목놓아 부릅니다. 그 목소리 하나 하나에 탈패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 선배들과 후배들이 모닥불 옆에서 꼬리잡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배들이 이기면 어떻고 후배들이 이기면 어떻습니까. 오늘 이처럼 넉넉한 마음이 일년 내내 이어지길 꿈꿔 봅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 저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새로 동아리에 가입한 신입생들이 멋진 탈패인으로 거듭나길 빌어 봅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최형국 기자는 무예24기보존회 마상무예단 '선기대'의 단장이며, 수원 무예24기 조선검 전수관장입니다. 몸철학과 무예사를 공부하며 홈페이지는 http://muye.ce.ro 입니다.



2005-04-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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