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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서른 즈음에 만난 소중한 보물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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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5 21:05:09, 6897회 읽음)

서른 즈음에 만난 소중한 보물 세 가지
푸른깨비의 무예 전수관 이야기
텍스트만보기   최형국(bluekb) 기자   
▲ 푸른깨비의 전수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의 첫 번째 보물인 각종 무기들이 한쪽 벽면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4미터가 넘는 장창과 낭선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당시의 전쟁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깨비의 일상도 작은 전쟁입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저도 김광석님의 '서른 즈음'이라는 노래가 찐하게 심금을 울리는 때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래 한 번 더 힘을 내자!"라는 말을 곱씹으며 전쟁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왜 전쟁 같은 하루냐구요? 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시면 됩니다.

저의 아침은 마장에서 시작됩니다. 일반 승마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구요. 마상무예 수련을 위해 고삐를 놓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활을 쏘고 칼을 쓰는 마상무예형 기마술 입니다. 일반 승마에서는 고삐를 놓고 말을 타는 것 자체를 자살행위로 간주합니다. 고삐로 말을 통제해야 하는데 고삐를 놓고 거기에다가 양손에 칼을 한 자루씩 들고 질주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큰 모험이지요. 또한 일반 승마기법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자세를 연출해야 하기에 더욱 힘든 훈련입니다.

▲ 역시 깨비의 사랑방도 다양한 무기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선의 비밀병기로 불렸던 애기살 편전과 무과시험에 사용한 장전들 그리고 말 위에서 활을 쏘는 동개궁까지 다양한 전통활관련 무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저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사용하는 저의 일상 생필품이지요.
ⓒ2005 푸른깨비 최형국
그렇게 말과 한판 씨름을 끝내고 나면 곧장 무예24기 시범공연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그 무덥던 삼복더위에도 몇 겹의 전통 군복에 갑옷까지 걸치고 시범을 하고 나면 마지막 순간에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입니다. 올해 3월부터 연속 시범을 해서 벌써 150회를 넘는 국내최초 무한 연장 시범이기에 더욱 준 전쟁 상황이지요. 그래도 우리의 전통무예를 보고 즐거워하는 관객들이 있었기에 그 기나긴 시범기간 동안 큰 사고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년 말까지 약 100회를 더 해야 하는데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칼을 잡습니다.

그래도 저녁부터는 수련 십여 년 끝에 열게된 작은 무예 전수관 안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혼자 뒹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수련생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시간보다 저 혼자 개인 수련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조금은 묘한 전수관이지요. 그래서 종종 사람들이 '전수관 관원이 많아요?'라고 물어 보면 저는 그냥 씨익 웃기만 할 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체육관과는 달리 내 몸 하나 믿고 망치와 페인트 붓 한 자루로 가정집처럼 나름대로 이쁘게 꾸몄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벌써 일년 전의 일입니다.

▲ 깨비의 두 번째 보물인 책입니다. 깨비의 침실 한쪽 벽을 아예 책들이 점령했습니다. 사물론 사진을 찍고 있는 반대편 벽과 여기저기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자료를 찾을 때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결코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 있게 쌓여 있지요.
ⓒ2005 푸른깨비 최형국
그토록 원했던 나만의 공간을 얻고 나니 조금씩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 한쪽 벽면을 완전히 장악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저의 보물들을 소개하지요.

저의 첫 번째 보물은 무기들입니다. 처음 전수관에 오는 사람들은 진열된 무기들을 보고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하는 무예가 조선시대의 군사훈련용으로 만들어진 무예24기 이기에 완전히 조선시대 단병접전 전투무기들의 전시장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한지로 도배한 공간에 4미터가 넘는 장창, 낭선 등 대형무기들과 월도, 협도, 편곤 등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선시대의 전투현장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 깨비의 세 번째 보물은 식물입니다. 매일 삭막하게 칼과 활을 들고 설쳐대더라도 제 공간에만 오면 이렇게 깜찍한 녀석들이 있기에 결코 감정이 메마르지는 않습니다. 전수관 이곳 저곳에 함께 살고 있는 식물들이 이십 그루가 넘기에 물주는 것도 일상입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그리고 사랑방으로 들어서면 조선시대 때 사용한 다양한 활과 화살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조선의 장기였던 애기살(편전)과 유엽전 그리고 수많은 장전들, 그리고 그것을 쏘는 각궁 그리고 기마병이 사용했던 작은 활 동개궁. 아마도 박물관 못지 않은 전시물들의 수준일 것입니다. 물론 그냥 전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련해서 늘 고장나고 닳아져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밤중에 조용히 사랑방에 앉아 무기들을 손질하기에 언뜻 보면 '달밤에 웬 청승?'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 전수관 다른 한 면에는 이렇게 난과 고무나무가 조용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늘 푸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의 신선함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푸르름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답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저의 두 번째 보물은 책입니다. 전수관 넓은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이 무기라면 저의 침실 벽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책입니다. 아예 한 벽면에 판자를 고정해서 한 면 전체를 책꽂이로 사용하고 있지요. 맨 윗줄에는 학부 때 공부했던 경영학 관련 책들이 쌓여 있구요. 그 아래로는 전쟁사, 무예사 등의 다양한 책들이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달고 진열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틈틈이 읽는 시집들이 작은 공간 한 구석을 단단히 지키며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재 공부하는 것이 소위 쉰내 나는 옛날 책들이기에 헌책방을 몇 바퀴 돌고 주인 아저씨께 오만 아양을 다 떨어 구입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닙니다. 그렇게 힘들게 구한 책일수록 더욱 조심스럽게 살펴봅니다. 그런데 종종 그런 책에 낙서나 파본이 생겨 있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하곤 했지요. 보통 한 달에 책값으로만 십 만원이 넘게 나가니 총각 살림에 쌀값보다는 책값이 더 많이 나가 가계부에 구멍나기가 일쑤입니다. 그래도 책을 사고, 읽고 싶은 마음이 밥 먹는 것 보다 좋기에 그럭저럭 견딜 만은 합니다.

▲ 전수관 창문을 타고 올라가는 더덕줄기입니다. 올해 초 제주도에 마상무예 시범을 보이러 갔다가 가져온 더덕은 명주실 하나에 온 몸을 휘감아 올리며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 줬습니다. 더덕 줄기가 자라면 자랄수록 그윽한 내음이 전수관을 가득 채워 더욱 감미롭습니다.
ⓒ2005 푸른깨비 최형국
저의 세 번째 보물은 식물입니다. 아마도 위의 두 가지만 있으면 너무 인생이 삭막할 것 같아 제 스스로 그렇게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서 식물들을 키우는 지도 모릅니다. 전수관 넓은 벽면은 무기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그쪽은 힘들고, 그래도 햇살이 간간이 어루만져 주는 창가 옆에는 어김없이 다양한 식물들이 향긋한 잎사귀를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덕과 조롱박 그리고 작두콩을 심어 봄부터 신선한 초록의 내음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벌써 가을이라 단풍 드는 것처럼 잎사귀가 노랗게 변하니 전수관 안에만 있어도 세월이 어찌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얼마 전 조심스레 피어오른 더덕 꽃의 모습입니다. 방울꽃처럼 앙증맞게 하나둘 피어오르더니 어느덧 줄기 전체에 하얀 불이 붙은 듯 만개하여 전수관 수련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습니다. 내년에도 또 다시 그윽한 향기 내뿜으며 피어오르겠지요.
ⓒ2005 푸른깨비 최형국
그리고 반대편 벽면에는 잎사귀 넓은 고무나무 한 그루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힘들 때면 고무나무 아래에 앉아 '여기는 열대우림이야'라고 상상하며 거꾸로 쳐다보면 귓가에는 수많은 열대 동물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전수관 안에서 키우는 식물들 숫자가 20여 그루가 넘기에 물주는 것만 해도 하루 일과에 꼭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하루만 '아차' 하면 바로 고개를 비틀기에 진검을 들고 수련하다가도, 사랑방에 앉아 책을 보다가도 생각만 나면 바로 쫓아가 그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곤 합니다.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기, 책 그리고 식물들과 함께 지내기에 긴 하루지만 전수관에 돌아오면 나만의 세상에서 오매 불망 기다리는 그들이 있기에 발걸음은 늘 가볍습니다. 서른 즈음에 만난 소중한 보물들이 평생 함께 하기를 꿈꾸며 오늘도 푸른깨비의 전수관은 환하게 불을 밝힙니다.
최형국 기자는 무예24기보존회 마상무예단 '선기대'의 단장이며, 수원 무예24기 조선검 전수관장입니다. 중앙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으로 몸철학과 전쟁사 및 무예사를 공부하며 홈페이지는 http://muye24ki.com 입니다.
2005-09-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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