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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 60] 한국인의 몸 문화와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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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3 10:00:57, 2639회 읽음)

 링크 1 : http://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3236

[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 60편]한국인의 몸 문화와 태권도

   ▲  글 : 최형국 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임연출

고대부터 내려오는 한국인의 몸 문화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이 무예다. 대표적으로 고구려 무덤벽화 중 무용총의 수박(手搏)하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이 마주보며 다리를 구부려 낮은 자세를 취하고 손을 뻗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마치 오늘날 무예 대련의 형태인 택견의 견주기나 태권도의 겨루기를 할 때처럼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돈다. 역시 고구려 무덤벽화 중 안악 3호분의 수련하는 모습 역시 비슷한 형태로 당대의 무예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각저총에는 두 사람이 요즘의 씨름하는 모습처럼 서로 몸을 맞대며 허리의 삿바를 붙잡아 넘어뜨리려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씨름 역시 고대부터 내려오는 맨손무예의 일종으로 상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관절을 꺾거나 조이는 유술기법을 담고 있다. 이 그림에는 심판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이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놀이를 넘어 경기로서도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오른편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보면 메부리코를 가진 서역인으로 이미 고구려시대에도 세계 여러 민족들의 문화를 공유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려시대에는 충청도 은진현과 전라도 여산군의 경계 지역인 작지골에서 해마다 백중(白中-7월15일)이 되면 양도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수박 겨루기를 해서 화합의 장을 다질 정도로 생활 속 깊숙이 무예가 자리잡기도 하였다. 이후 조선시대로 들어와 중앙군인 갑사 선발에 수박을 공식종목으로 채택하는가 하면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중국의 권법이 군영에 보급되기도 하였다. 이때에는 타권(打拳)이나 대권(大拳)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이후 조선후기에는 택견이나 수박희 등 다양한 맨손무예들이 놀이처럼 퍼져나가 큰 시장이 서는 곳에는 어김없이 택견꾼들이 나타나 현란한 발기술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곤 하였다. 조선후기 화가인 유숙(劉淑 1827-1873)이 그린 ‘대쾌도’를 보면 씨름과 택견을 하는 사람들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주변으로는 다양한 신분계층들이 섞여 있고, 엿이나 잔술을 파는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당시 무예가 상당히 일반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는 일본의 가라데나 당수도와 같은 맨손 무예들이 활발하게 보급되어 군대나 경찰의 공식무예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한국의 맨손무예는 1955년 9월에 명칭제정위원회에서 최초로 ‘태권’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제정하여 1965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출범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무예로 자리잡았다. 한국인의 문화와 체질에 맞게 발전하던 태권도는 이후 1973년에 세계태권도연맹(WTF)이 만들어지면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만국공통의 무예이자 스포츠로 퍼져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올림픽의 공식지정 종목으로 태권도가 자리매김하면서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즐기는 인류 최고의 무예문화 유산이 된 것이다.

이제 태권도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국에서 탄생한 최고의 무예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한국의 대표무예요, 세계인의 무예이다. 가끔 태권도가 전통무예인가 아닌가라는 논쟁이 펼쳐져 학문적으로도 몇 가지 이견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로 태권도를 규정짓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여 추상적인 논의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태권도는 이땅의 유구한 역사와 몸문화가 담긴 최고의 걸작품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자 진실이다. 단순히 적을 살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몸을 맞대고 호흡하며 겨루는 스포츠적 가치의 구현을 통해 태권도는 더욱 대중들과 친숙해졌다. 힘들고 힘든 하루일과 속에서도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놀이로도 펼쳐진 수박이나 택견과 같은 맨손무예들의 기풍과 신체적 흐름은 태권도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이제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짓는 겨루기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고 이를 통해 사라져가는 야생성을 복원하여 진정한 자아완성의 단계로 이끌어 주는 도구로 태권도는 발전해야만 한다. 그래야 한국무예를 넘어 세계정통무예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태권도의 역사는 다시 쓰여질 것이고 새로운 전통은 만들어질 것이다. 옛 선인들이 말하던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태권도 안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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